Camera & Photos/Infrared

적외선 사진 이야기 #2

B급찍사 2023. 9. 28. 22:03

이전 글에 이어 오늘은 실제 적외선 사진 촬영을 위한 장비를 알아보려고 한다.

 

위 포스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필자는 사진을 각 잡고 찍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찍사 꿈나무이며,

동시에 필카라고는 학생 때 장롱에 처박혀 있던 부모님 소유의 삼성 풀오토 똑딱이 카메라가 전부인 필린이이기 때문에(...) 적외선 필름 촬영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과감하게 생략한다.

 

적외선 필름 촬영법에 관심을 가질 정도의 내공을 가진 귀한 분이시라면 이런 누추한 곳에는 오시지도 않겠지만서도...

 

디지털 적린이-_-에게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있다. 

 

1. 본체 개조 없이 렌즈에 적외선 필터를 끼우고 삼각대에 올려서 장노출

2. 센서에 달려 있는 IR Cut 필터를 적외선 필터로 교체

3. 센서에 달려 있는 IR Cut 필터를 제거하고, 렌즈에 적외선 필터를 사용

 

위 세 가지 방법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일단 1번부터 보자면...

 

1. 본체 개조 없이 렌즈에 적외선 필터를 끼우고 삼각대에 올려서 장노출

 

셋 중에 가장 저렴하고, 본체에 손상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적외선 필터 자체가 가격이 좀 나가는 품목이라 

40.5mm의 소구경 + 중국제 묻지마 필터인데도 불구하고 무려 2-3만 원, 

67mm 대구경 + 메이커 필터의 경우에는 십수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래에 서술할 방법에 비해서는 가장 저렴한 축에 든다. 

 

반면,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매 촬영마다 장노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각대 올리는 것도 한두 번이고, 장노출 재미난 것도 한두 번이지, 찍을 때마다 몇 초씩 기다리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다-_-;;

 

그리고 또 하나, 뷰파인더로 구도 잡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필자는 돈이 없어서 DSLR에서 촬영을 시도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뷰파인더로 촬영해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이건 딱 봐도 알만한 게... 적외선 필터는 어찌나 시커먼지 그냥 맨눈으로 봐도 안 보인다. 투과율/반사율이 떨어지는 펜타프리즘과 미러를 통과하는 순간 더 어두워질 건 당연한 이치.

 

안 해봤지만 아마 상식적으로 그러할 것이다...

 

필자가 이 방법으로 촬영을 시도한 카메라는 Pentax의 비운의 모델 Pentax Q-S1이다.

다행히 시험 삼아 40.5mm 소구경 필터를 샀고, 현재 필터 케이스에 꽂혀만 있다. 

 

카메라에 물려본 결과 거의 10 스탑 이상의 감소가 있었다. 

ND 필터를 써야 하나 고민하는 날에도 적외선 필터를 꽂는 순간 장노출을 요구하는 엄청난 필터이다. 

 

외국 포럼 뒤적뒤적해보면 일부 구형 바디에서 핸드헬드로 찍을만한 노출이 된다 카더라가 있었는데

난 안됐다.

 

아래 사진은 1번의 방법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20180830 IR_RT_IMGP8633_2.jpg PENTAX PENTAX Q-S1 ƒ/2.8 6초 5mm ISO125

20180831 IMGP8639.JPG PENTAX PENTAX Q-S1 ƒ/2.8 5초 5mm ISO800

20180831 IR_RT_IMGP8647.jpg PENTAX PENTAX Q-S1 ƒ/2.8 2.5초 5mm ISO100

ISO를 올리고 손떨방에 의지하면 삼각대를 안 쓸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안 그래도 화질 박살나는 적외선 촬영에 굳이 그렇게 까지 하기도 좀...-_-

 

 

2. 센서에 달려 있는 IR Cut 필터를 적외선 필터로 교체

 

현재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의 카메라이다. 

미쿸 같은 곳에서는 kolarivision.com (광고 아님... 돈없어서 사지도 모함) 이나 www.lifepixel.com/

 

Infrared Conversions and Infrared Photography Cameras

The professional's choice for infrared conversion, IR and UV filters, custom mods, NDVI, consulting, and more. Learn more about infrared photography.

kolarivision.com

 

Infrared Conversions, IR Modifications & Photography Tutorials | Life Pixel IR

What is Digital Camera Infrared Conversion Photography? | Why is it better than film infrared photography? 

www.lifepixel.com

같은 적외선 촬영 개조 전문 샵이 있기도 할 정도로 어느 정도 규모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고, 

한국에도 천체사진용 필터 개조 특화 업체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진 출처 : KolariVision.com

문제는 가격이 아주 흉악하다는 것이다-_-

저 가격은 당연히 카메라 가격을 제외한 개조 비용이고, 풀프레임 카메라를 저렇게 개조하는데 들어가는 총비용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리라 본다. 

이 방식의 장점은 1번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장노출에 대한 제약이 어느 정도 풀린다.

물론 일반 촬영에 비하면 셔터스피드가 확 줄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낮에는 어지간하면 핸드헬드 촬영이 손쉽게 가능하다. 

 

물론 센서에 찰싹 붙어있는 IR Cut 필터 교체는 개인이 하기 어려운 고난이도 작업이고, 그에 따른 합당한 공임을 지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어쨌건 가난뱅이인 내게는 며칠 밤을 고민할 만큼 큰 비용이었다. 

 

거기다 이렇게 개조한 카메라는 적외선 촬영 전용 카메라가 되어 일반 촬영에 사용할 수 없다는 큰 리스크가 따르고, 임의개조에 속하니 워런티도 파기된다(회사에 따라 개조업체에서 자체 A/S를 적용하는 걸 보기는 했는데 A/S범위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저 비싼 걸 배송추적도 안되는 저가 배송으로 받을 수는 없으니 EMS 왕복 배송료까지...-_-

 

그렇게 고뇌하던 차에..!

필자가 사용하는 Ricoh社의 GXR이라는 변태적인 카메라에 장착하는 모듈을

 

위 사진의 어느 혜자로운 이베이 중국 딜러께서 당시 가격 42 USD에 개조품으로 팔아주사...

냉큼 집어왔다. 못뵌 사이에 가격을 많이 올리셨네

화질은 (개조 전에도 그랬듯이) 수준 이하지만 지금까지 재미지게 잘 쓰고 있는 중이다. 

 

갤러리에 올라온, 또는 앞으로 올라올 대부분의 적외선 사진은 대부분 이 녀석으로 촬영한 것이다. 

 

 

 

20190510 2_R0024170.jpg RICOH GXR S10 ƒ/3.7 1/500 7.3mm ISO100

20190509 R0024147.JPG RICOH GXR S10 ƒ/4.4 1/36 15.3mm ISO200

20190508 2_R0024118.jpg RICOH GXR S10 ƒ/5.8 1/180 7.3mm ISO100

3. 센서에 달려 있는 IR Cut 필터를 제거하고, 렌즈에 적외선 필터를 사용

 

마지막으로 필터도 떼고 적외선 필터도 다는 방법이다. 사실 이거 못해봤다. 

가난하니까-_-

그래도 머릿속으로 계산해보면 딱 봐도 필터도 사야하고 개조도 해야하니

돈이 가장 많이 들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렌즈에 적외선 필터를 끼우면 적외선 사진을 찍을 수 있고, IR / UV 차단 필터를 끼우면 일반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필터를 안씌우면 Full Spectrum이라 불리는 또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 혹하는 사람은 과연 내가 장노출도 귀찮은데 찍을 때마다 필터를 갈아끼울 정도의 성실함을 갖고 있는지 고민해보자(...)

 

안해봐서 잘은 모르겠다만, 나는 나 스스로가 그런 부류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과감하게 패스했다. 

 

어쨌건 이렇게 싼마이로 구입한 적외선 모듈을 몇 년 동안 좋은 장난감으로 잘 가지고 놀고 있다. 

 

필자가 구입한 모듈은 무려 1:1.7인치의 스마트폰보다 조금 더 큰 이미지 센서와 환산화각 24-72mm 정도의 줌렌즈가 합쳐진 구조인데, 화질로 말하자면 개조하기 전 원판 화질부터 몇 년전 스마트폰에 밀리는 처지이며(...) 보정 관용도 또한 처참해서 보정하고 나면 노이즈에 뭐에 이것저것 난리 부르스를 치는 모델이다. 

 

하지만 이렇게 혜자로운 가격에 적외선 촬영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고장나기 전까지는 꾸준히 사용할 예정이다. 

 

세번째, 네번째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혹시나 쓰게 된다면 실제 촬영이나 보정에 대하여 얘기할 수 있었으면 싶다.

(사실은 예전에 썼던 글이 인터넷 어딘가에 쳐박혀 있겠지만... 새로 쓰는게 빠를 듯 싶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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