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2 6a6aebdf6a6f53d20ba4dcd0a23d3003_1576459768_7977 Ricoh GXR S10 f/3.2 1/440 5.1mm ISO 100
예전 글에서도 썼는데,
적외선 사진은 렌즈 회사가 기껏 열심히 만들어둔 (가시광선용) 코팅을 무쓸모로 만드는 사진이라
다른 사진보다 훨씬 촬영에 제약이 많다.
나름 코팅부심 쩌는 펜탁스라 평소에 플레어가 잘 안터져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기에
플레어가 나오면 더 신경이 쓰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막상 신경 안쓰고 찍다가 괜찮은 느낌을 받은 적이 꽤 있다 보니
플레어 터진 사진이라고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애니메이션 같은데에서도 아침 햇살 쨍한 느낌을 의도적으로 주고 싶을 때
있지도 않은 플레어 효과를 주기도 하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플레어 역시 어떻게 쓰냐의 문제인거지,
플레어의 유무가 사진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이 사진의 경우 어떻게 하면 플레어를 예쁘게 터뜨려볼까 하고 의도적으로 각도를 이리저리 돌려서 만든 사진인데
그 각을 좀 알고 싶기는 하다... -_-
나는 항상 외국 찍사들을 부러워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큰 대륙에 사는 사람들.
미국이라던가 유럽 등등.
귀여운 사이즈의 국토를 가진 나라에서 뻔한 피사체를 대상으로 뻔한 사진을 찍는 느낌이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왜 그 넓은 벌판에 나무 달랑 한 그루 서 있고 그런 사진 보면 멋지잖아.
그런데 순천 다녀오고 나서...
약간은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물론 뭐..
기본적인 생각, 보다 넓은 곳에서 보다 넓은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 자체는 변함이 없는데,
그 동안 내 시선이 너무 좁았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외국인 찍사들은 산과 빌딩과 궁궐이 함께 있는 서울의 사진을 보며 놀라워하고
내가 그 동안 너무 작고 좁다고 생각했던 한국의 자연을 보며 감탄하는 것을 자주 본다.
나는 사실 넓은 대애애애애애자연을 보며 감동하는 스타일이기는 하다만,
막상 내 눈이 인지하는 것은 고작 수 킬로미터 아니겠나 싶다.
20191212 6a6aebdf6a6f53d20ba4dcd0a23d3003_1576459781_793 Ricoh GXR S10 f/3.3 1/470 9.4mm ISO 125
20191212 ㄲ0024684 RICOH GXR S10 ƒ/3.31/470 7.3mm ISO100
한옥에 적외선 풍경 사진 역시 충분히 메리트 있는 희소성인데 너무나 익숙해서 놓친 것은 아닐지.
어쩌면 내가 너무 자극적인 사진,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바람에 가까이 있는 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해서 생긴 열등감은 아닐지 고민해볼 일이다.
항상 기억할 것.
"사진은 시선이다"